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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기억에 남는 장면과 감상

by 휴&예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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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기억에 남는 장면과 감상

 

사실과 진실 그리고 나의 결정은?

 

‘추락의 해부’  장면 1

 

산드라와 사뮈엘이 말다툼하는 장면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말하는 사뮈엘과 몇 가지 부분을 허락을 받고 취해서 장편소설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산드라의 의견은 접점을 찾지 못합니다. 

아내와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쓰는 것도, 아들 다니엘의 등교와 하교를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사뮈엘에게는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뮈엘은 작품에 집중하고 싶지만 다니엘의 시각장애의 원인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있습니다. 작품에 집중하느라 다니엘에게 신경 쓰지 못했던 순간 벌어진 사고를 잊을 수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에 비해 독일 출신 산드라는 프랑스 출신 남편 사뮈엘의 의견을 존중해 도시를 떠나 알프스 산맥 외진 산골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언어 또한 서로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선택한 것이라 사뮈엘만큼 자신도 배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추락의 해부’  장면 2

 

다니엘이 스눕(강아지)에게 소금물을 먹이는 장면입니다.

아버지 사뮈엘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다니엘은 판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꿋꿋이 법정에 참석합니다. 산드라와 사뮈엘의 녹취록을 듣게 된 다니엘은 사뮈엘이 했던 중요한 말을 떠올립니다. 

스눕은 사뮈엘 죽음의 많은 부분을 보았으나 증인석에 설 수 없는 대상입니다. 스눕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런 법정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눕은 다니엘의 눈과 발이 되어 길을 안내하고 항상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이자 보호자입니다. 하지만 스눕이 토하고 정신을 못 차렸던 어느 날, 사뮈엘은 다니엘에게 “스눕도 쉬고 싶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뮈엘은 스눕을 통해 자신이 가족에게 희생하는 것에 지쳐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이 말은 사건의 판결에서 다니엘에게 결정적인 증언을 하게  만듭니다. 

 

‘추락의 해부’   장면 3

 

엔딩 부분에 산드라가 다니엘의 품에 머리를 기대고 다니엘이 엄마 산드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장면입니다. 

산드라는 재판 과정에서 남편을 사랑했고 존경했음을 말합니다. 사실 그녀가 출판한 책들의 내용 중, 중요한 장면들은 남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결과물이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명성을 얻은 아내의 성공을 질투하는 마음과 좋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자책도 있었습니다. 

아내의 책에 나온 장면과 흡사한 추락 사건의 현장 또한 증오를 넘어선 남편의 거대한 무력감에서 비롯된 계획일 수 있다는 암시도 보입니다. 남편의 의도 하에 진행된 재판의 과정이었다면 그 의도대로 산드라는 사랑하는 아들 앞에서 철저히 해부당했습니다.

다니엘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감추어졌던 이면의 모습들이 많은 대중들 앞에서 벌거벗겨지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아버지는 무능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아니었음을 다니엘은 누구보다 믿고 싶었을 것입니다. 

재판정에서 진술한 산드라의 증언처럼 사뮈엘도 다니엘도 그녀에겐 소중한 존재들이었고, 다니엘에게도 부모님은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방에 들른 산드라를 안아주는 다니엘의 모습은 산드라를 대하던 사뮈엘의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추락의 해부’ 대한 감상

 

작년에 아바타를 3D로 본 후, 오래 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본 영화였습니다. 남편의 죽음에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부인입니다. 

단순한 추락사라고 하기엔 물리적 증거들이 받쳐주지 않습니다. 지리멸렬한 재판 과정을 예민한 감각으로 주시했던 아들은 결정적 단서가 될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판결에서 이겼으나 어머니와 아들은 그 과정에서 받아낸 왜곡된 진실들을 주어지는 시간 안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졌습니다.

 

증거로 판단하고 각자의 진실을 토로하고 추락사를 파헤쳤던 재판과정에서 믿음과 사랑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성공을 나와 별개가 아닌 가족의 성공으로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내는 남편이 힘들어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좀 더 내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다니엘은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기에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은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니엘의 마음에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컸기에 사실을 넘어선 진실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