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억에 남는 장면과 감상
‘클래식’ 장면 1
귀신의 집에 놀러 갔던 준하와 주희가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소나기’는 예고 없이 찾아와 사람들을 흠뻑 적시고 멎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하늘을 채웁니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이후 소나기는 청춘 남녀의 사랑을 대변하는 명사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에 걸맞게 준하와 주희가 나룻배를 타고 귀신의 집에 갔을 때도 클래식하게 소나기가 내립니다. 때마침 나룻배도 떠내려가 둘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서로 사랑을 느끼고 있는 두 청춘에겐 고마운 상황입니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인해 준하와 주희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되고 둘만의 추억을 만듭니다.
‘클래식’ 장면 2
태수가 벽 모퉁이에 목을 매달고 늘어져 있는 장면입니다.
보통 자신의 약혼녀를 친구가 몰래 사랑하고 있었다고 하면 약혼녀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해도 친구를 응징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나의 것을 남이 탐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유쾌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엄격하고 완고한 아버지와 달리 여리고 순수한 태수는 친구 준하와 약혼녀 주희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국회의원 딸을 포기하겠다는 아들 태수에게 가차 없이 매질을 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죽고 싶은 심정을 알고 싶어는 할까요?
태수의 죽음 시도를 목격한 준하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주희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려 합니다. 그럼에도 태수는 준하가 월남전에서 돌아올 때까지 주희와 결혼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친구 어디 또 없을까요?
부럽습니다.
‘클래식’ 장면 3
매점에서 상민의 우산을 발견한 지혜가 상민의 우산을 들고 빗속을 달려가는 장면입니다.
수경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대신 써 주던 지혜는 그 편지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해 왔었습니다. 지혜는 적극적인 친구와는 달리 상민에게 호감이 가는 스스로의 마음을 누르고 정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혜는 상민이가 놓고 간 우산의 사연을 매점 언니를 통해 전해 듣고 상민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니었고 상민이도 지혜를 처음부터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지혜는 거침없이 내리는 비를 두 팔을 활짝 벌려 맞으면서 상민을 향해 뛰어갑니다. 고이 간직하려 했던 감정을 전하려는 지혜의 발걸음을 이번에도 소나기가 따라갑니다.
옛날 부모님의 추억과 함께 했던 그때처럼.
‘클래식’에 대한 소감
‘클래식’ 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사랑 영화의 장면들을 잘 배열하고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의 뻔한 감정선을 부대낌 없이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임에도 화면에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력이 좋았습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이 큰 대립을 불러오지 않으면서도 먹먹한 감정을 만드는 이야기 전개도 돋보였습니다.
대개 고전은 한 번 봤을 때는 ‘괜찮네’ 정도이다 한 번 더 보면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발견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고전은 적어도 세 번은 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나 봅니다. 20년 전 개봉 당시에도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고 지금 다시 봐도 운명적인 사랑의 연결고리에 안타까워집니다.
사랑이 아픈 건 나의 뜻대로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거기에 더해 주변의 상황까지 방해 요소가 많을 때입니다. ‘클래식’의 주인공들 또한 그런 상황에 놓였고 그 과정을 겪어낸 후 결실을 맺어서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작은 반딧불의 영롱한 불빛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다시 보면 어떤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올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