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기억에 남는 장면과 감상
‘트루먼 쇼’ 장면 1
트루먼이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를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나는 장면입니다.
트루먼의 아버지는 어린 트루먼과 배를 타고 항해하다 폭풍우를 만나 아들 앞에서 폭우에 휩쓸려 사라졌습니다. 이 경험으로 트루먼은 물 공포증이 생겨서 바다로 항해할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후에 아버지 역할을 했던 배우가 길거리의 행인으로 목격되었을 때, 트루먼은 아버지를 첫눈에 알아봅니다. 트루먼은 혼돈에 빠집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게 되고 당연하게만 여겼던 주위 환경을 다시 보게 됩니다.
‘트루먼 쇼’ 장면 2
잠든 트루먼의 얼굴을 쓰다듬는 크리스토프의 모습입니다.
그는 처음 4명의 후보 아기들 중 방송 날짜에 출생한 트루먼을 쇼의 주인공으로 발탁했습니다. 이후 30년 넘게 트루먼의 삶을 조정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트루먼이 ‘씨헤이븐’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려던 그의 노력은 주도면밀합니다. 트루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방송에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는데 전념하는 크리스토프였습니다. 그런 그가 트루먼의 잠든 모습을 보는 시선은 ‘트루먼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는 것인가?’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트루먼을 창조했던 창작자의 고뇌는 아이를 낳아 기른 부모의 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이는 탈출을 시도한 트루먼을 찾아내 방송의 흥행을 위해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는 그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트루먼 쇼’ 장면 3
대학 캠퍼스에서 실비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트루먼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메릴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갑작스런 예정에 없던 상황에 말론과 메릴이 트루먼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합니다. 그들의 노력에도 트루먼은 실비아를 잊지 못해 계속 두리번거리게 되고 도서관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단순한 조연이었던 실비아 또한 트루먼에게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실비아는 어떻게 해서든 트루먼에게 사실을 알려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스태프와 연기자들에 끌려 나가 트루먼과 헤어지게 되고 쇼에서도 완전히 퇴장하게 됩니다.
실비아의 만남은 어린 시절 호기심 많고 세상을 두루 다니는 꿈을 가졌던 트루먼의 잠재된 기억을 일깨워 줍니다. 실비아는 트루먼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가지게 해 줍니다.
트루먼에게 주어진 공간도 시간도 주변 사람들도 그를 속이는 일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실비아와 트루먼의 만남은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와 파장을 일으키는 돌멩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트루먼 쇼’에 대한 감상
트루먼은 지극히 안전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면, 실비아에게 끌리지 않았다면, 그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피지로 향하는 열망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런 모든 우연의 상황들은 탐험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트루먼을 깨워서 세트장 안의 세계를 박차고 나가는 필연적 용기의 근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된 1998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사생활 보호가 이뤄지던 때였습니다. 요즘처럼 도로 한 블록 간격으로 촘촘히 설치된 cctv는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에는 이 영화의 설정이 다소 과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의심은 있었기에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것도 태어난 환경도 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성장을 하면서도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상황들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내가 만일 거대한 세트장 안의 주인공이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알고 나의 삶에 관여하고 있다면...
그러다 그 사실을 트루먼처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다면...
제 안의 공포를 극복하고 바다를 향해 뛰어들 용기가 생길까요?
아니면 인위적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안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