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 기억에 남는 장면 셋과 '넘버3' 에 대한 소감
기억에 남는 장면 1
불사파 보스 조필(송강호 분)은 후즐근한 추리닝 차림의 조직원 세 명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헝그리정신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입니다. 조직원 세 명은 추리닝 차림으로 조필의 말을 수첩에 따박따박 받아 적습니다. 현정화가 라면만 먹고 육상에서 금메달을 세 개씩 땄다고 하자 한 조직원이 중얼거립니다.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라고... 포스 있게 연설을 하던 조필은 인상을 찌푸립니다. 다른 두 조직원을 내보내고 자신을 지적한 조직원을 마구 두드려 팹니다. 다시 들어온 조직원 두 명에게 흥분해 말을 더듬으며 이야기합니다.
“...(중략)내 말 토도토도 토토토 토다는 새끼 전부 배반형이야, 배반형. 배신! 배반형!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앞으로 ‘직사’시켜 버리겠어!”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까먹을 수 없는 대사였고, 서너 번 이상씩 따라 했을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 2
서태주(한석규 분)가 박현지(이미연 분) 앞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말합니다.
“야, 너 사랑이 뭔지 알아? 사랑이라는 거는 누군가를 90프로 이상 믿는다는 거야. 까놓고 말해서 난 너 그만큼 못 믿어.”
박현지(이미연 분)가 자신을 몇 프로 믿느냐고 묻자 서태주(한석규 분)는 51프로만 믿는다고 합니다. 그거밖에 못 믿냐고 박현지(이미연 분)가 따지자 서태주(한석규 분)는 자신은 누구도 50프로 이상 믿지 않는다며 51프로면 믿는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51프로, 이 대사는 잊히지 않고 사람들을 대할 때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3
서태주(한석규 분)는 조폭 말단에서 도강파 보스 강도식을 피신시켜 도강파의 넘버3가 됩니다. 조직의 넘버2가 되고자 하나 두목이 행동파 대원 박재철, 일명 재떨이를 데려오며 경쟁 구도가 형성됩니다. 포장마차에서 불사파에 테러를 당한 후 기세가 꺾이는 형세가 되지만 전자수첩으로 틈틈이 외국어을 배우는 등 넘버1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도강파 보스는 서태주(한석규 분)에게 마동팔(최민식 분)을 제거하라고 명령합니다. 마동팔은 서태주의 권총 앞에서 꿋꿋이 자신의 삼류 인생에 여한은 없다고 말합니다.
영화 후반부의 장면에서 이 세상의 넘버1이 되고자 갈망했던 서태주는 수갑을 차고 박현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며 말합니다.
“씨발 세상에 넘버1이 어딨냐, 다 삼류지. 너나 내나 마동팔이 그리고 세상도 인간도 다 넘버3야...”
'넘버3' 에 대한 소감
10대와 20대에는 이 세상에 중심은 나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도 즐거워하는 것도 뉴스에 나오는 소식들도 그 중심에 내가 없었기에 모두 공허했습니다.
벌써 30살이 다 되어가는 영화지만 다시 봐도 톡톡 튀는 대사와 현장감 있는 장면들이 재미를 선사합니다. 세상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앞만 보고 달리는 모든 이들에게 외치는 영화입니다. 그래봐야 삼류인생이라고...
당시엔 그 대사 또한 세상 다 산 노인들의 말처럼 울림이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그 말이 와 닿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잘 나가던 사람도 어느 순간 좌절을 겪게 되고, 지루하게 반복해 답답해 보이던 사람들에게도 반짝이는 순간이 오는 것을 직접 봐 왔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기만 한 사람도 없고 불행하기만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단정 지을 수 없는 세상살이라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도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나도 웃을 때가 있구나 싶어집니다.
‘일확천금이 떨어지는 행운은 아니어도 크게 아프지 않고 가족과 한 번씩 외식하고 여행하고... 그런 순간들이 다 소중하구나...’ 깨닫는 순간이 삼류 인생을 사는 행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