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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의 하루 – 별 모양 달고나

by 휴&예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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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의 하루 – 별 모양 달고나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샤워기로 차가운 느낌을 삭제하고자 발목 부위를 계속 씻어냈다. 꼼꼼한 또치는 수돗물이 낭비되는 것을 의식해 대야에 물이 차면 양동이로 옮겨 담았는데 그 양동이의 물이 찰랑거리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수도꼭지를 잠그는 데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했다. 임시방편으로 발목 주위에 핫팩을 대고 노끈으로 고정했다. 뜨거운 느낌이 묘한 차가움을 상쇄시킬 만도 한데 뜨거움의 열기가 고통에 고통을 더해줄 뿐이었다. 

 

어떤 싸한 기분이나 자괴감에 허우적일 때면 달콤함이 필요하다. 냉동실의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 뚜껑을 연다. 언제 다 먹었는지 바닥에 알갱이만 묻어있다. 무슨 법규는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만 나가는 것이 생활화된 또치는 아쉬움을 달래며 아이스크림 알갱이를 싹싹 긁어 먹는다. 턱없이 부족한 당분을 채우기 위해 꿀 병을 열어보지만... 이미 말끔히 닦아 먹고 재활용을 위해 씻어 놓은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장을 본 것이 보름이 지났다. 최근 생활비를 위해 작업에 매진하다 보니 거의 모든 식재료가 바닥을 보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다고 바로 나갈 마음은 없었고 아쉬운 대로 설탕으로 달고나를 만들어 와작 씹었다. 번거로운 절차라 도구를 사 놓기만 했지, 몇 번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요긴하게 쓰였다. 설탕을 녹이고 소다를 넣고 젓다가 적당히 부풀어 오르면 살짝 기름칠한 판에 붓고 하나를 더 만들면 앞에 만든 것이 거의 굳어있다. 별 모양 달고나를 선을 따라 쪼개다 보니 싸한 감정이 사라졌다. 다년간의 경험치로 별 모양을 성공적으로 유지한 것도 감정회복에 한 몫을 했다. 성공한 별 모양을 핸드폰으로 찍어 기록을 남긴 후 한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달달함을 만끽할 때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달고나 도구들을 치우고 어수선한 방을 정리 한 후 노트북을 켜서 작품을 올린 사이트들을 방문하고 댓글도 확인한다. 오늘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예의상 흥미를 보이는 방문객에게도 정성 들여 작품을 소개하고, 자신의 다른 작품들이 있는 사이트 링크도 공유한다. 관심을 가질만한 전시회 소식이나 연관된 정보들을 알려준다. 이런 과정이 성가신 면이 있지만 구매자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므로 자신의 꼼꼼함을 십분 발휘한다. 사진첩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선별해 놓은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본다. 지난번 작품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줄 소재를 고르기가 마땅치 않다. 다 고만고만하거나 익숙한 것들의 반복처럼 보였다. 또치는 벽에 세워진 이젤에 놓인 현재 작업 중인 작품에 시선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