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의 황갈색 얼룩무늬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고 그 중 한 마리가 1년 후에 또치를 뒤따라올 것이란 것을 누가 알았을까? 계단을 가뿐히 올라간 또우는 ‘뭐하냐, 문 안 열고?’ 하듯 너무 자연스럽게 또치의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또우는 한 참 집안을 둘러보다 화장실 발판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현관문을 열자 ‘휙’ 몸을 빠져나갔다. 엄마를 찾아갔으리란 짐작과 달리 산책을 다녀와 보니 현관문 앞에 앉아 문을 열라고 쳐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자신의 집사를 선택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산책로를 올라갈 때 뒤에서 오던 아주머니들이 고양이들을 보고 하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또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집사로 선택했고, 지금까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공생하고 있다.
조심스레 샛길을 걸어 들어가는 또치와는 달리 또우는 익숙한 공간을 뛰어놀 듯 날렵하게 앞서갔다. 한 소나무 둥지 밑에서 빙빙 돌며 왔다 갔다 하는 또우에게로 다가갔다. 나무 가까이 다가갈수록 냄새가 진하게 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준비한 KF94 마스크를 눌러쓰고 나무 주변을 살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빨리 길을 빠져나왔다. 아마 또우가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면 또치는 전처럼 몽롱해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또치는 간신히 산책로로 나와서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로 정신을 차린 후 또우를 찾았다. 후각이 예민한 또우는 독한 버섯 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앞장서 가고 있었다.
또치는 마트를 다녀와 채소를 씻어 비닐 팩에 소분해 진공 포장을 한 후 냉장고에 정리해 넣었다. 또우는 사료가 담긴 그릇에 코를 박고 식사 중이었다. 동물들이 귀여운 건 단순한 삶의 패턴과 행동들 때문이 아닐까?
식탁에서 또우와 함께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를 먹고 난 후, 당 충전을 위해 장 봐온 아이스크림을 컵에 덜어 한 스푼 입에 가득 채웠다.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상쾌함을 선사했다. 그러다 오전에 다리를 스쳤던 서늘함이 슬며시 되살아났고, 문득 팔리지 않고 있는 작품들을 모아둔 수납장에 시선이 갔다.
버섯의 이미지는 흐릿하고 알록달록한 점들로 형성돼 있었다. 버섯 주위로 퍼지는 냄새와 숲의 이미지가 몽환적이라고 갈치는 말했었다. 전체적으로 혼란한 세상의 풍경 속에 원색의 화려한 점들이 유혹적이라고도 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갈치는 작품을 해석하고 그것을 포장해서 세상의 구미에 맞게 소개하는 능력이 있다. 내키지 않지만, 이번에도 또치는 갈치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