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비를 맞아 신선하다 –휴&예6
비가 오면 떠나간 옛사랑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떠올려 봐도 비와 연관된 애틋한 사연이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축축하고 옷이 젖고
강한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몰골이 형편없어진다.
우산을 들고 가방을 들어야 하고
핸드폰이 울리기라도 하면 손이 하나 더 필요해진다.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지면 우산은 무용지물
옷과 신발 그 속에 양말까지 모두 물벼락을 맞는다.
20대에 비는 그렇게 불편함을 주는 존재였다.
유일하게 커피숍에 앉아 벽면 가득 투명 유리창이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실 때 조금 운치가 있었던 기억이 그나마 추억거리.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을 넘기면서였던 것 같다.
태풍급 비바람이 아니면
우산을 쓰고 비가 오는 거리를 걷는 것이 상쾌하게 느껴졌고
가끔이었던 횟수가 늘어났다.
비 온 뒤의 풍경이 깨끗함을 인지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비는 늘 내렸고 동반된 바람과 풍경과 공기도 비슷했을 텐데
불편함이 강했던 비가 먼지를 씻어 주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반평생 가까운 세월을 흘려보낸 뒤 알게 된 것은
나의 무딘 감각 탓도 있을 것이고
여러 삶의 과정에서 비를 느낄 마음이 받아들여진 시기였을 수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가 오면 항상 설레는 것은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에 튀겨지다시피 한
감자전, 김치전, 고구마전, 야채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고 있다.
불변할 것 같은 본능적 감각도
비를 대하는 마음처럼 어느 순간 다르게 다가오려나?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오긴 오겠지...
땅으로 스며드는 빗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