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땠어?”
“……”
대체로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제일 먼저 갈 것이다. 하봉은 정오가 가까워서야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놓인 어제, 정확히는 오늘 새벽 먹다 남은 것을 먹는다. 대체로 야식으로 배달해 먹었던 치킨이나 닭발, 피자 그리고 떡볶이 등이다. 어제 신제품이라 먹어달라는 요청이 있어 녹화하면서 먹은 유명 브랜드 치킨과 곁들여 시킨 치킨볼과 스파게티를 먹고 나니 속이 부대꼈다. 언제부턴가 습관이 돼 버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눈을 뜨면 앞에 놓인 것들을 주섬주섬 집어 먹는다. 먹다 보면 바닥이 드러나고 뭔가 아쉬움을 느낀다. 부글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볼일을 보고 씻고 나오면 얼추 오후 1시. 대충 옷을 걸치고 모자를 눌러쓴다. 누군가 목욕탕에 친하지 않지만,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얼굴만 가리면 된다고 했다. 하봉은 목욕탕에 가질 않으니 그럴 일은 없지만, 밖에 나갈 땐 무채색 계열의 옷과 모자로 자신을 가린다. 친구들이나 일적인 만남이 아니면 편하다는 이유로 거의 이런 코디를 즐긴다.
하봉의 동네에는 재래시장이 있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단골로 가는 재래시장 점포 주인들은 아직도 2인분을 포장하면 3인분의 양을 줘서 서비스가 좋다. 하봉의 기준으로 옛날은 5년 전쯤이다. 5년 전에는 1인분을 시켜도 2인분이 넘는 양을 주셨으나 요즘은 경제도 어렵고 마음도 궁핍해졌다. 하봉은 단골 점포 주인들에게 자신이 사은품으로 받은 선물들을 나눠주곤 한다. 이미 집에 몇 개씩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새로운 것이고 신기해하며 받아 든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에 단골 점포 주인들의 인심은 하봉에게는 큰 변화가 없다. 하봉이 주로 들르는 점포는 정육점과 분식집 그리고 순댓국집이다. 순댓국집 아주머니는 김장할 때마다 하봉의 것을 따로 담아 주신다.
하봉은 오늘 재래시장을 그냥 지나쳐 산책로로 들어선다. 어제 봐두었던 곳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비록 밤낮이 바뀐 생활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지만 그나마 이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꾸준한 산책의 효과라 할 수 있다. 낮에 산책을 못하면 밤에라도 한 바퀴 돌아야 몸이 개운하다. 조명이 있다고 해도 으쓱한 곳은 피해 다녀야 하고, 가끔은 불쑥 튀어나오는 길냥이들로 인해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지만 그 또한 익숙해졌다.
어제는 오후에 약속이 있어 저녁 늦게 귀가했다. 뭔가 찌뿌둥한 느낌이 들자 곧바로 트레이닝 복으로 바꿔 입고 산책로로 향했다. 고령화 사회에 늙었다고 하기엔 젊을 수도 있지만, 마흔에 가까워지다 보니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산책로 한 바퀴를 다 돌고 내려올 때쯤 뭔가 번쩍하는 것에 깜짝 놀라 넘어질 뻔했다. 마침, 길냥이까지 “냐아~옹” 거리는 통에 “헉!” 비명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