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 원룸에 왔을 때, 외할머니는 여자 혼자 사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외할머니의 집과 하봉이가 활동하는 서울 도심은 환승을 두 번하고 이동하는 시간만 1시간 반이 걸렸다. 하봉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봉이가 어린 시절 자주 싸우셨다. 싸우기 위해 같이 사는 사람들 같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하봉은 같이 살다 보니 싸우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와 양말 공장을 함께 운영하셨던 아버지는 술과 사람을 좋아했었다. 하봉이가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 아버지는 지인에게 빚보증을 서 줘서 집과 통장의 잔고를 모두 날리셨다. 처가 신세를 지는 것이 불편해 막노동도 하고 친척 일도 도우며 허름한 월세방을 얻어 사셨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외가에서 독립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투잡을 하시다 과로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셨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 접어들었던 하봉은 4년제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이 잘될 것 같아 2년제 웹디자인과에 진학했다. 그동안 부모님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그 외에 큰 굴곡 없이 흘러갔던 하봉의 삶은 본격적인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다행히 대학 졸업 때쯤에 취업이 되었고, 이후 두 번의 이직이 있었지만, 10년 넘게 같은 계통의 일로 경력을 쌓았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웹디자인 일은 하봉이가 블로그와 유튜브를 제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1년을 넘어 3년이 지나도 한 번도 쓰거나 입지 않고 서랍이나 옷장에 보관된 물건들과 옷들……. 버리기엔 아깝고 놔두기엔 공간을 차지하는 짐이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100L 쓰레기봉투 10봉지를 꽉 채우고도 모자라 쓰고 남은 10L와 5L 쓰레기봉투를 모조리 사용했다. 살 때는 모두 이유가 있었을 물건들인데 사용한 것은 한두 번 정도 될까? 어떤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있었다. 깨끗한 물건들은 나눔을 하면 되지만 애매한 것들은 다 정리 대상이었다. 수납장과 서랍장의 바닥이 드러나게 정리하다 보면 기억에서 사라졌던 뜻밖의 물건이 나타난다. 신기한 보물을 발견한 느낌! 사진첩.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사진에는 목에 반짝이는 펜던트가 걸려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사 온 펜던트를 14k 금줄에 늘 걸고 다니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하봉은 목걸이를 하고 다니며 엄마를 떠올렸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고 다른 반짝이는 장식물을 사서 바꿔가면서 다녔다. 주로 집에 있을 때는 엄마의 펜던트를 늘 하고 있었다. 산책길에서 주었던 반짝이던 장식물은 하봉의 어머니가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의 장식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펜던트는 이삿짐을 쌀 때 발견되지 않았다. 하봉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산책길에서 주운 펜던트였다. 잃어버린 엄마의 펜던트와 같은 것을 어떻게 산책길에서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긴 했으나 하봉은 집요함과는 거리가 먼 성향이라 잠깐 고개만 까닥였을 뿐이었다.
“너 이사했다며?”
“어떻게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