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아니겠지?”
“가서 물어봐!”
친구라고 할 만한 친구는 없다. 그냥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는 자주 만나는 편이고, 시간을 내서 만나는 정도다. 대개의 경우 친구라고 하지만 하봉은 그들에게 속마음을 내놓지 않는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가끔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고 하봉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기도 한다. 그것이다. 더 바라면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받은 만큼 기대치가 커지니 부담스럽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블로그의 구독자가 늘어나고 수입이 늘자, 친구들은 부러움과 시샘을 같이 보냈다. 거기다 한 친구는 하봉의 블로그를 비난하고 다녔다. 그 친구는 나서서 비난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동조했다. 하봉의 앞에서는 그 친구를 욕했지만, 주고받는 말 사이에 블로그의 내용에 대해 평가하면서 진부하다거나 다른 블로그의 내용과 비슷하다거나 사진이 흐리다거나… 하봉은 애써 태연했지만, 마음에 차곡히 쌓았다.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에 주목한다. 하봉은 어릴 적 보석바를 좋아했다. 반짝이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면 자신이 귀부인이 된 것 같았다. 보석 사탕도 즐겨 먹었는데, 친구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혀로 사탕을 핥으며 의기양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돋보이고 싶었고 특별해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기운이 솟고 몸이 가벼워져 하늘로 올라갈 것 같았다.
그런 마음과 달리 하봉은 자신의 사진이나 얼굴을 영상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스스로를 부각하려는 면과 감추려는 면이 양립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보석 사탕을 검지에 끼고 쪽쪽 소리를 내며 반 친구들 앞에서 먹고 있었다. 유난히 하봉의 보석 사탕을 째려보던 한 아이는 느닷없이 하봉의 검지를 움켜잡고 뽑으려고 했다.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다 하봉의 입과 인중 사이에 피가 흘렀다. 어릴 때의 상처는 몇 번의 수술로 거의 희미해졌지만, 화장으로 공들여 가려야 했던 대학 시절과 직장 생활을 할 때, 사람들을 대할 때면 가졌던 조심스럽던 마음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또래 친구들은 다른 학교 남학생들과 미팅하곤 했었다. 주말을 지내고 오면 미팅을 나갔던 아이 중 한 명은 남자친구와 1일이라며 수줍게 또는 뽐내며 그 날의 일들을 이야기했었다. 남자친구는 대학에 가서 맘껏 만나도 되니 지금은 공부에 열중하라는 선생님들의 말을 공감했다기보단 거울 속 자신의 도드라진 상처를 감추려는 합리적인 변명거리였다.
‘남자친구는 상처를 말끔히 지운 후 당당하게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