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다!”
“되긴 뭐가?”
“널 보면 고슴도치 같아.”
고슴도치는 몸뚱아리에 가시를 꽂고 다니며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 보석 바를 먹을 때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외로울 때나 불안함이 슬며시 들어올 때면 냉장고 문을 열고 떡볶이나 만두 튀김이나 김치전… 등을 해서 먹는다. 드문 경우지만 그마저도 없을 땐 계란을 삶아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다. 계란이 떨어졌던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하봉은 몹시 초조해졌다. 냉장고와 수납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다 콘플레이크를 발견했다. 마트에서 서비스로 받은 것으로 하봉의 취향이 아니라 계속 밀리던 콘플레이크 한 통을 와작 씹어 다 먹은 뒤에 겉봉에 인쇄된 검고 굵은 숫자가 3개월 전 유통기한임을 알려줬다. 그때의 경험으로 수납장 정리를 자주하게 되었고, 하봉에게 필요 없는 것들은 주변인들에게 나눔 거리가 되었다.
순댓국집 아주머니에겐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손자가 있다. 하봉이가 정리한 간식은 주로 그 손자의 선물이 된다. 거기에 더해 순댓국집을 블로그와 유튜브에 맛집으로 소개해 평소에도 손님이 줄을 서는 경우가 늘었다. 고로 순댓국집 아주머니는 하봉에게 서비스를 잘 챙겨준다. 순댓국집 아주머니의 아들은 중학교 행정직 공무원이다. 7년 전, 결혼 초기에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주말부부를 해야 했고, 잠깐 서울 변두리 학교에 배정이 되었으나 경쟁이 심해 자진해서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고 있다고 했다. 순댓국집 아주머니는 아들만 둘이 있는데 첫째는 앞서 말한 대로 지방에서 교육행정 일을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하봉보다 5살 정도 아래로 어머니 일을 도우면서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다른 식당에 취업한 적도 있으나, 어머니 일을 도우면서 맛을 개발하는 편이 수익적으로나 현재 여건에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하봉은 순댓국집 둘째 아들을 둥이라고 부른다. 생김새가 둥글둥글하니 엄마를 닮았고, 먹성이 좋아 체형도 원형을 이루고 있어 딱 떠오른 단어였다. 시간 차가 있어 자주 마주치진 못한다. 왠지 쫑구로 인해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어둠이 깔리던 시간에 순댓국집에 들렀을 때가 있었다. 아주머니의 손자, 하봉이가 스낵보이로 부른다. 스낵보이가 유치원에서 장난치다 다쳐서 병원에 데려갔다 봐줘야 해 아주머니가 가게를 비운 상태였다. 둥이는 엄마를 대신해 가게 정리를 하고 있던 차에 맞이한 하봉이가 달갑지 않았다. 둥이는 곧 문을 닫을 거라고 했으나 순댓국에 소주 반병만 마시고 일어나겠다며 하봉은 자연스레 자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