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예3 - 감사
울고 있지만 웃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겨서 감사합니다.
나만 별나서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다들 조금씩 부족해서 그런 것임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힘든 일들이 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생각하고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마음이 들어서 감사합니다.
노쇠하시지만 아직 씻고, 먹고, 청소하고 일상을 꾸릴 수 있는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고의 전환에 감사합니다.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직 낯선 죽음이지만 그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옅어져서 감사합니다.
오늘을 걱정하고 내일을 걱정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합니다.
두 눈은 6억, 팔과 다리는 4억, 뇌는 5억... 몸 전체는 대략 70억...
눈은 몹시 나쁘고 건조증도 있고 난시도 있고, 팔과 다리는 움직일 때 가끔 소리가 나지만 괜찮고, 뇌는 걱정을 계속해 우울함이 있지만 통증은 없고 .... 대략 40억 내외일까? 통장 잔고보다 백 배 이상 많은 가치를 거저 지니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인기가 많진 않았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고, 나를 그리워해 준 사람도 있을 것 같고 추억도 쌓았고 1년 전에 겉핥기식이지만 유럽 여행도 다녀왔으니 감사합니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이 중요함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바라지 않고 주어진 지금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만남을 두려워했습니다. 좋은 느낌의 만남이나 그렇지 않은 느낌의 만남 모두, 그 자체가 의미 있음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예민함은 섬세함이고, 둔함은 스트레스에 민감하지 않음이고, 눈치를 살피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고, 계획적인 것은 실수하지 않으려는 노력이고, 무계획적인 것은 순리에 따르려는 본능이고... 난 왜 다를까? 모가 났을까? 가 아니라 그런 점이 나를 특별하게 해 주니 조금만 둥글게 다듬으면 된다는 원리를 깨우치는 과정에 감사합니다.
비록 주머니에 현금 천 원밖에 없어도 아주 가끔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상자에 넣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끊이지 않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우울함을 노트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 외에 사람은 다 남이지만 남이 나와 아주 다르지 않기에 그 자체를 봐주다 보면 나의 부족함을 이해받는 과정임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어 감사합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감사한 것들을 적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