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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봉의 일(日, 業) - 20 이사를 하고도 가끔 순댓국집에 들렀던 하봉은 스낵보이와 가져간 스낵을 먹으며 이사한 동네에 대해 말해줬었다. 옆에 순댓국집 아주머니도 같이 있었으니 둥이가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둥이를 통해 알았는지……, 탕아가 하봉의 집을 찾아왔을 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과한다는 것은 삶을 바꿀 만큼의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봉이가 탕아를 집안으로 들인 것은 이기적인 동기가 있음에도 하봉에게 잘못한 일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점이었다. 잘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고 자기 마음 편하자고 한 것이니 받아줄 필요가 없다고 다짐했지만, 탕아의 이기적인 용기를 하봉은 발휘할 자신이 없음을 자각해서 이기도 했다.  “임신!” 탕아는 고민 끝에 둥이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20년 넘는 친구에.. 2025. 2. 7.
하봉의 일(日, 業) - 15 “어떻게 하셨어요?”“그게 궁금해?” 하봉은 둥이가 자신에게 여자로서 관심을 가졌다는 탕아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둥이는 탕아와 있었던 카페에서 상황을 설명하자 망고라떼를 마셨는지를 가장 궁금해했었다. 이즈음,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 탕아의 말이 오래도록 하봉의 뇌리에 맴도는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봉의 나이가 이성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연령대가 되어서 일수도 있고, 삶의 경험치가 자연스레 쌓여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껴서일 수도 있다. 둥이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알코올의 힘이 필요할 듯하고, 막상 알코올이 들어갔을 때 그 말을 기억하고 물어볼 수 있을지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다. 그저 전과 달리 둥이의 말과 행동에 조금 더 촉각을 세워 감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비스 순대를 챙겨.. 2025. 1. 19.
또치의 하루 - 버섯 인스타그램 쪽지함에서 갈치가 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버섯’에 대한 구매 의사를 보내왔다. 요즘 같은 불황에 넙죽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10프로 할인한 가격을 제시하는 그 능글맞음과 철갑을 두른 낯짝 때문이다. 붓의 손놀림이 거칠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팔레트에 내려놓는다. 잡념이 들 땐 산책이 특효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이스크림도 사야 하고 소분해 놓은 채소도 떨어져 가고 나가긴 해야 하는데 하루에 두 번이나 나가는 것이 몹시 귀찮다.  또치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 또 따로 체력 단련을 하지 않는 대신 산책을 거의 매일 하지만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산책하러 나갈 때 크로스백에 장바구니를 항상 구비한다. 오늘도 뜻밖의 불청객을 만나지.. 2024.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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