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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16

또치의 하루 – 색을 입히다 또치의 하루 – 색을 입히다유화의 장점은 색을 덧칠할수록 느낌이 달라지고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팔레트에 짜 놓은 물감을 오일을 혼합해 부드러워질 때까지 나이프로 섞은 후 3일간 덧칠해 온 부분에 다시 색을 입힌다. 선명하지 않지만 또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볼을 타고 흘렀던 정체 모를 액체, 샛길을 만든 누군가, 발밑을 유유히 미끄러지던 뱀의 형체...달고나의 달콤함... 또치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어린이집이었다. 세상에 나와 겨우 5년을 살아낸 또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늘 붙어 있던 엄마가 자신의 손을 낯선 여자에게 맡겼을 때, 서러움과 불안함으로 통곡했었다. 엄마와 어른들은 당황했고, 장난감과 간식 등으로 유혹하다 안 되니 도화지와.. 2024. 11. 26.
또치의 하루 – 별 모양 달고나 또치의 하루 – 별 모양 달고나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샤워기로 차가운 느낌을 삭제하고자 발목 부위를 계속 씻어냈다. 꼼꼼한 또치는 수돗물이 낭비되는 것을 의식해 대야에 물이 차면 양동이로 옮겨 담았는데 그 양동이의 물이 찰랑거리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수도꼭지를 잠그는 데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했다. 임시방편으로 발목 주위에 핫팩을 대고 노끈으로 고정했다. 뜨거운 느낌이 묘한 차가움을 상쇄시킬 만도 한데 뜨거움의 열기가 고통에 고통을 더해줄 뿐이었다.  어떤 싸한 기분이나 자괴감에 허우적일 때면 달콤함이 필요하다. 냉동실의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 뚜껑을 연다. 언제 다 먹었는지 바닥에 알갱이만 묻어있다. 무슨 법규는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만 나가는 것이 생활화된 또치는 아쉬움을 달래며 아이스크림 알갱이를 싹싹 긁어.. 2024. 11. 25.
또치의 하루 - 엿보기 또치의 하루 - 엿보기 완벽한 준비란 주관적인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검정에 가까운 회색 트레이닝복에 바람막이 하나를 걸친 것과 크로스백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전기충격기를 넣어 온 것 그 외에 다른 날과 달랐던 것은 거의 없다. 소형 접이식 의자를 가져오는 대신 휴대용 쿠션을 넣어온 것은 별 쓸모도 없었다.샛길 입구에 몸을 숨길만한 나무 둥지를 찾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몸뚱이를 가릴만한 나무가 없었고 수풀이 우거진 것도 아니었다. 뭔가 식물학자나 곤충학자 같은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폰으로 셀카를 찍기도 하고 풍경을 찍기도 하며 나름대로 가끔 행인들의 시선을 따돌렸다. 행인들은 모두 휑하니 지나가는 이들이었고 뭔가 의미 있는 몸짓을 한 사람이라곤 급한 볼일을 해결하다 눈이 마주치자 멋쩍게 헛기침을 .. 2024. 11. 23.
또치의 하루 - 샛길 또치의 하루 - 샛길 익숙하면서도 긴장되는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도로를 따라 10여 분을 걸어 산으로 난 산책로로 들어간다. 처음 원룸을 구할 때 가격이 가장 먼저 고려 사항이었다. 그러나 이 동네에 들어섰을 때 산속으로 뻗어 있는 잘 닦인 산책로를 끌리듯 돌아보고 난 뒤 조금 돈을 더 주더라도 이곳에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달이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가볍게 상쇄할 만큼  삶의 가치를 높여준 곳이다. 묘한 분위기가 장점이지만 어두웠던 작품들에 빛을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의 작품 중 ‘갈래’를 샀던 첫 구독자이자 구매자는 작품이 올려 질 때마다 피드백을 보냈다. 고마운 일이지만 또치는 그를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다. 또치가 ‘갈치’라고 닉네임을 저장한.. 202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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