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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3

하봉의 일(日, 業) - 16 키와 비례하던 몸무게는 점점 몸무게가 더 나가는 반비례로 향하고 있었다. ‘망고라떼’이후 탕아의 연락은 없었고, 순댓국집에서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였던 둥이와의 만남도 그날로 끊어졌다. 장을 보러 가서 순댓국집을 들르게 되면 혹시나 해 주위를 살폈고 스낵보이만 두어 번 마주쳐서 주머니에 준비해 갔던 과자봉지를 선물하고 돌아왔다. 하봉이가 만나는 사람들 중 확실히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스낵보이의 눈빛뿐이었다. 그 간절함과 반가움은 하봉이가 아닌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보편적인 마음이겠지…, 내 삶이 꽈배기처럼 꼬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대부분 사람은 단순한 것을 마주하면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것을 이용하거나 뭔가 자신이 바보.. 2025. 1. 21.
하봉의 일(日, 業)- 2 “그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생각이 많아질 때 사람들은 일에 몰두하거나, 운동을 격하게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쇼핑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거나……하봉은 우선 냉장고의 문을 연다. 냉장고는 한 대지만 알차게 채워져 있다. 냉동실에 기본적으로 삼겹살과 볶음용 닭과 치즈와 만두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크림 빵류들이 이름과 날짜가 적힌 팩에 정리돼 있다. 냉장실에는 각종 소스와 과일과 채소가 자리 잡고 있고, 먹다 남은 배달 음식들도 락앤락 통에 정리돼 있다. 협찬으로 받은 배즙과 도라지즙 등도 채소 칸에 채워져 있다. 벽면 수납장은 라면과 과자류와 각종 캔과 음료로 진열돼 있다. 집안 어디를 가나 먹을 것들이 구비돼 있다고 보면 무방하다.  며칠 전 먹다 남은 매운 닭발을 치즈를 뿌려 전자레인지.. 2024. 12. 16.
또치의 하루 - 또우의 안내 산책로의 황갈색 얼룩무늬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고 그 중 한 마리가 1년 후에 또치를 뒤따라올 것이란 것을 누가 알았을까? 계단을 가뿐히 올라간 또우는 ‘뭐하냐, 문 안 열고?’ 하듯 너무 자연스럽게 또치의 집 앞에 앉아 있었다. 또우는 한 참 집안을 둘러보다 화장실 발판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현관문을 열자 ‘휙’ 몸을 빠져나갔다. 엄마를 찾아갔으리란 짐작과 달리 산책을 다녀와 보니 현관문 앞에 앉아 문을 열라고 쳐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자신의 집사를 선택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산책로를 올라갈 때 뒤에서 오던 아주머니들이 고양이들을 보고 하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또우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집사로 선택했고, 지금까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공생하고 있다.  조심스레 샛길을 걸어 들어가는 또..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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