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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2

하봉의 일(日, 業) - 6 소주병이 3개로 늘어난 것은 술잔을 채우면 말끔히 비우는 둥이의 습성 때문이었다. 하봉의 주량은 딱 반병 정도라 계산하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순대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다보니 맛집 정보로 넓혀졌고 전반적인 음식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가게에 들어갔던 이유는 분명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는데,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리고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사로 발전되어 둥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순대를 싫어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아주 어릴 때, 포대기에 싸여 엄마의 등에 업힌 채 시장에서 돼지 내장 냄새를 맡았다. 아이는 말하고 걷기가 수월해지면서 엄마가 하는 순댓국집을 피해 다녔다. 딱 한 번 시장 부근을 반 아이들과 지나가다 다른 가게에서 배달 쟁반을 머.. 2024. 12. 23.
걷는다 – 휴&예 7 걷는다 – 휴&예 7어깨에 둘러메는 백에 핸드폰, 양산, 카드 지갑, 작은 텀블러, 묵주를 들어가는 대로 넣는다.집 앞에 흐르는 하천을 따라 난 산책로를 양산을 쓰고 걸어간다.잡초들 속에 꽃을 피운 들꽃들을 본다.가방에서 묵주를 꺼내 한 알 한 알 돌린다. 하천을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 떼테옆 인형처럼 열을 맞춰 물갈퀴가 달린 발을 바삐 움직이는 오리 떼 가족누군가 몰래 가져다 놓은 조각상처럼 무심코 지나치다 한 번 더 보게 되는 백로와 왜가리뒤에서 숨을 헐떡이며 쨍쨍한 날씨에 조깅해 지나쳐 가는 청년과 중년의 사람 몇몇...하천 산책로의 중간쯤 걸어가면 어김없이 쌩하고 지나가는 사이클 동호회 사람들그들의 다부진 뒤태는 밀착된 유니폼으로 인해 도드라져 있다. 다소 갈증을 느끼며 텀블러를 꺼내 목을 축인다... 2024.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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